갑작스런 강원도 여행
괴산트레킹이냐, 아니면 동강레프팅이냐.. 출발 전날까지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아 갈팡질팡하여 집에서 시체놀이나 하려했는데 일단 9시까지 시청으로 모이란다.
역시나 멋진 울 회원님들 정시간에 모인사람 아무도없고 코리언타임 적용해서 한두명 모이더니 모두들 잠이 덜깬 초최한 모습에 영~ 놀러갈 분이기는 아닌것 같다.
분위기 탐문하러 온 병렬형은 퇴출시키고, 어차피 모인것이니 발길닿는데로 바람쐬러 가자고 남녀 쌍쌍 6명이 의기투합하여 종태차에 탑승. 드디어 고고싱~!
근데 어디로 가나.. 산척벗어나도록 고민하다가 종태의 '그대발길 머무는곳'이라는 어이없는 목적지에 모두들 억지웃음이 눈에 보인다.
이미 차에 탄 이상 내릴 수도 없고 그대발길이 어디로 닿는지 지켜볼 뿐이다.
우리가 갈곳이 뭐 그리 많은것도 아니고 역시나 운전대는 강원도쪽을 향하고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머물렀다.
몇몇은 화장실로가고, 우리의 이마담 남순이는 커피 타느라 바쁘고, 책임감있는 나는 휴게소안의 여행안내소를 찾아 여행지도와 코스가 적힌 안내책자를 얻어 왔다.
휴게소에서 잠시쉬며 오늘의 일정을 결정하고 출발하려했던 내 넓고 깊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다시 종태의 '그대발길 머무는곳'으로 간다는 애매모호한 한마디에 내가 준비해온 여행책자는 트렁크의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신세..ㅠ
아무런 준비와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렇게 출발한 여행이지만 어느덧 강원도에 도착하니 점심때가 다 되어간다.
뭐 급할것도 없고 먹는게 남는것이니 종태가 추천한 맛집인 메밀국수로 점심을 가볍게 해결하기로 했다.
다들 먹을때는 어찌나 조용하게 잘먹는지... 맛갈나는 메밀국수에 토속막걸리 한잔하고보니 오늘의 회포는 벌써 다 풀은듯 배도 부르고 몸도 나른해졌다.
점심식사 후, 해님이 내 머리꼭대기에서 활짝 웃고 있어 감히 해님에게 덤빌 생각도 못하고 얼른 에어컨 빵빵한 차에 올라 다음으로 이동한곳은 '38선휴게소'이다.
아니, 무슨 그대발길이 휴게소만 닿는지 only 먹고 싸고의 연속이다.
그래도 38선휴게소에 내리니 바다냄새가 온몸을 휘감아 막힌코도 뻥 뚫리고 여행 온 기분이 느껴지는데 함께 한 이들에게도 미소가 보여 다행스런 마음이 들었다. 사실 출발전부터의 옥신각신으로 다들 마음이 좀 무거운 상태였다.
38선휴게소에서 부터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착한곳은 하조대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무더위이기에 하조대로 이동하면서 현주와 종만이는 자기들 끼리만 썬크림을 바르느라 바쁘다.
옆에서 내가 쳐다봐도 같이 바르자는 말한마디 전하지 않는 놈들이 괘씸하지만 up된 기분 망치기 싫어 참아두었다.
하조대입구에 주차를 하고 갈매기소리를 따라 몇분을 걸으니 하얀 등대가 눈앞에 보였다.
하조대등대는 이국적인 풍경과 우뚝우뚝 서있는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파도에 부딪쳐 산산히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푸른 빛깔의 바닷물은 우리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조대 등대에서 육각정으로 오를때는 이미 우리의 기분은 마냥 신나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렸나보다.
정자로 오르는 계단에서의 가위바위보와 업어주기게임에서 우리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행 온 기분에 즐겁게 놀기도 했겠지만 함께 한이들의 멤버가 좋아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넘치는 카리스마로 대중을 압도하는 윤동형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고, 엄청난 달변으로 설교하는 사이비교주 효진형의 끊임없는 대화가 귀를 간지럽히지도 않았다.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육각정에는 '하조대'라는 현판이 붙어있었고 주변에는 노송들이 바다의 멋진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역시 안들렸으면 후회할만한 경치이다.
하조대에서의 즐거움은 멋진 경치뿐만이 아니라 충주에서 느낄 수 없는 시원함이 우리를 매혹하여 가슴까지 뻥 뚫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하조대 정자에서의 산책을 마치고 하조대해수욕장으로 이동.
역시 종태의 그대발길이 머무는 곳은 쭉쭉빵빵 아가씨들의 눈요기였던 모양이다.(응큼한것...ㅋ)
해수욕장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B컵아가씨의 비키니에 눈길이 바빠졌지만 너무 티내는게 스스로 창피한 듯 하여 고개를 돌리니 남순이와 인경이누나,현주가 보이는데... '헐~!' 이들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게 아마도 근육남을 찾는가보다.
해수욕장은 잠시 머물고 다른 장소로 이동할 줄 알았는데 덜컹 파라솔을 빌리로 보트도 대여하는것을 보니 아마도 이곳에서 죽칠모양새이다.
발뺌질하다가 집에갈 무렵 괜히 물에 한번 빠지면 후회할것 같아 종태와 나는 시작부터 아예 모두들 첨벙하게 만들었다. 인경이 누나 미안~^^
물에 절대 들어가기 싫어하는 인경이누나를 빠뜨린게 미안하기도하고 해서 인간모터가 되어 보트를 끌어주는데 이게 안해본사람은 모를것이다.
보트를 잡고 물속을 달리며 끌어주는데 이것이 무슨 유격훈련도 아니고 10발자국도 못가서 켁켁켁...
놀다보니 종만, 종태 모두 웃옷벗고.. '어머 아저씨들 왜이러셩?'
나는 깡마른 체구라 옷벗기를 좀 주저했는데 진작에 벗을걸 괜히 버티다가 새옷에 구멍을 낸 후에야 '에라~ 나도 모르겠다. 기타나 치자. 훌라당~ㅋ'
물놀이에 정신이 팔려 현주는 핸드폰이 물에 빠진줄도 모르고, 인경이누나는 얼굴에 상처가 난 줄도 모르고... 종태는 여전히 비키니 찾아 두리번거리고...
물에는 절대 안들어간다던 인경이누나 한두번 빠지더니 나중에는 다이빙 자세가 장난이 아니다. 이러다가 생활의 달인 되는거 아냐?
아직도 인경누나의 다이빙자세가 눈앞에 아른아른거리는게 또다시 보고싶어진다.
늦은오후까지 물놀이를 즐기고 다들 샤워하면서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준비해 온 옷이 없는 나는 무슨 인간빨래줄도 아니고 입은체로 옷말리기에 마음만 급하다.
후회없이 즐기고 집으로 가는 시간. 왠지 그냥 가면 허전할것 같아 평창에서 국도로 빠져 영월을 거쳐 그 유명하다는 드라이브코스를 누비며 돌아왔다.(절대 고속도로가 막혀서가 아니라는것!)
평창을 지나면서는 2018년의 성공적인 동계올림픽개최를 진심으로 바라였고, 영월을 지나면서는 더이상의 홍수피해가 없기를 바라였다.
아마도 우리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잘 돌아가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종만이는 오는 내내 현주의 핸드폰을 살리고자 100km의 바람에 심폐소생술을 계속하였지만 제천에서 현주의 슬픈 한마디에 상황은 막을내렸다.
'드폰씨 사망하셨습니다.'
드폰씨가 사망한것은 매우 슬픈일이지만 나도 현주 위로할만한 처지만은 아니었다.
요즘 주인집할머니가 매일 옥상에서 빨간고추를 널어 말리고 계시는데 나역시 퉁퉁불은 내고추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충주에 도착한 후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고들 하지만 얼른 젖은옷 벗고 싶어 나는 먼저 집에 가겠노라고 하니 중추인물인 내가 빠진 자리인지라 인경이누나와 현주, 남순이 모두 그냥 집에 간다고 하고 쭉쟁이인 종태와 종만이만 남은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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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항상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어주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는 너희들을 벗으로 삼고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모두들 함께해서 즐거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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