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2013. 7. 24. 00:01

평소와 다름없는 무료한 주말오후.

오전내내 시체놀이하다가, 오후 늦게서야 뜬금없이 영월로 향하였다.

늦은시간이라 딱히 갈곳도 마땅치않고해서 인근지역에 드라이브삼아서 가난한 시절 애환이 담긴 올챙이 국수를 맛보기 위함이다.

 

 

출발전 웹서핑으로 살짝 조사해보니,

올챙이국수와 메밀전병은 영월의 서부시장이 대표적인 맛집으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블로거들의 포스팅한 글들을 읽어보니 서부시장의 '미탄집'이 거의 모든 글들을 차지했다.

 

 

 

영월의 서부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장안으로 들어서니 '향토먹거리장터'가 눈에 들어온다.

장터안으로 들어서면 대충 둘러보기에 5~6집 정도가 모여 메밀전병과 올챙이국수를 판매하고 있었다.

들어서면서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집이 바로 '미탄집'이다.

미탄집 바로 옆집의 할머니가 어서오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나는 그 미소를 등에지고 웹서핑에서 확인한 '미탄집'에 자리를 잡았다.

먹거리장터의 몇 안되는 매장에서도 유독 이집만이 손님으로 붐비고 있어 그 맛이 매우 궁금도했고 손님 많은집이 아무래도 맛있겠지... 하는 마음에서이다.

 

 

 

다른집들은 주인아주머니 혹은 할머니 한분이 파리만 날리는 가게를 지키고 앉아 계신데,

미탄집은 서너명의 아주머니가 쉴틈없이 전병을 부쳐대고 한분은 포장하느라 바쁘시다.

 

 

 

 

 

나는 올챙이 국수와 전병 서너줄을 주문했는데 먼저 나온 음식은 '올챙이 국수'이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 전분으로 반죽하여 총총 뽑아낸 국수로 그 모양새가 마치 올챙이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올챙이 모양처럼 짧게 뽑아낸 국수라서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고, 국수라기 보다는 묵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묵은김치 얻어서 한숟가락 떠먹는데 그 맛은 입맛을 사로잡는 특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식도락여행가들에게는 힘들게 찾아온 맛집에 실망을 할지도 모른다.

혀끝을 감동시키는 특별한 맛은 없지만, 올챙이국수는 옛날 가난한 시절 배를 채우기위해 옥수수전분으로 국수를 만들어 먹던 시대을 생각하며

그 시절의 애환을 간접체험하고 힘들게 살아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추억속의 맛을 같이 즐긴다는 생각으로  함께하면 좋을것 같다.

 

 

 

 

이어서 나온 '메밀전병'

메밀전병은 부침개처럼 얇게 펴논 메밀전에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만두처럼 묵은지와 야채로 만두소를 넣어 돌돌 말아놓은 것이다.

싸구려 식용유의 뒷맛이 조금 거슬리기는 했지만 매콤한 김치만두소와 고소한 메밀전의 조화가 일품이다.

한줄에 천원하는 착한가격과 착착 감기는 전병맛에 나도 서너줄은 개눈감추듯 뚝딱 먹어치웠다.

 

 

 

10줄이상이면 포장박스에 포장해 주는데 나도 여기까지 찾아온 기름값이 아깝기도하고

오늘 같이 못온 큰아들에게도 맛을 보이고자 한박스를 포장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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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왠지 무거웠고 즐겁게 맛집여행한 후의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지고 있었다.

처음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던 할머니의 해맑은 미소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게 전병만 말아대던 미탄집이 너무나도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미탄집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때, 옆 손님들도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 분들도 집에가면 나처럼 '영월의 미탄집'하며 여행후기를 남기겠지....

객관적으로 생각하기에,

시장 안의 몇 안되는 가게에 유독 미탄집만 붐비는 이유는 특별한 맛이라기 보다는 인터넷의 영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 보급화 되기 전에는 시장안의 아주머니들끼리 서로 정도 넘치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두루두루 여러가게에 나뉘었을텐데,

나처럼 찾아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또 돌아와서 후기를 남기는 블로거들이 저분들의 정을 끊고,

또 그것도 모자라 어느집은 대박시키고 어느집은 쪽박시키는 주인공이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Posted by 행키스